편지 왔습니다!

“편지 왔습니다!”

모자를 꾹 눌러쓴 집배원 아저씨의 이 말은 편지를 기다리거나, 등기물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참 반갑게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런
목소리 대신 ‘띠띠’ 하는 탁한 오토바이 경적소리나 아예 현관문에
휙 던져 버리고 ‘끼이익!’ 오토바이를 되돌리는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옛날의 그 정겨움이 그립기도 하지만 점점 더 삭막해져 가는 듯한
세상이 걱정이 됩니다.

그 소리에 반가워 벌떡 일어났는데, 어느새 오토바이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엔진소리가 멀어져 갔습니다. 잠시 말붙일 틈도 안 주고 가
버리시는 집배원 아저씨가 얼마나 야속했는지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퇴사한 직원의 우편물을 반송하려던 참이었거든요. ‘오래 전 우편물 배달
양에 따라 성과금이 지급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래서 그렇게
급히들 가 버리시는 걸까? 아니겠지. 아마 받는 사람들의 무심함이 그분들을
그렇게 빨리 돌려 세우는지도 모를 일이야.’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 해보다가
다음에 아저씨가 오시면 제가 먼저 웃으며 말을 붙여 볼까 생각했답니다.
그땐 등기물이 와야 할 텐데. 등기물이 오면 제 사인이나 도장을 받기
위해 잠깐 서 계시거든요.

그날 날아든 우편물 속에는 우리 둘째 시누의 예쁜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인쇄활자로 찍힌 내 이름이 아닌 손으로 손수 적은 주소며 제 이름을 보니
얼마나 기쁘던지요. 이왕 기쁠 거 집배원 아저씨들의 웃는 얼굴에서도 함께
기쁨을 얻었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운 욕심이 또 잠깐 스쳤습니다.
좋은님들 편지 쓰세요. 마음 담아 꾹꾹 눌러 써서요. 그럼 집배원 아저씨들
우편 배달하는 데도 더 힘나시지 않을까요?

전천우 님 / 경북 구미시 시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