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발을 닦으며


20년 넘게 남편과 1남 3녀 자식들을 위해 동네 미용실을 해 오고 계신
우리 엄마. 미용실은 종일 서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발에 무리가 많이 간다.
그래서 얼마 전 평소 발에 각질도 많고 발톱 무좀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풋파일을 하나 사다 드렸다. 돌가루로 막대처럼 길게 만든 것인데, 발에
각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루는 미용실에 갔더니 발을 손질하고 계셨다. "엄마 그렇게 쓰는 거 아이다."
그렇게 핀잔을 주고는 빼앗아 들었다. 그러다 혹시 엄마 무좀이 내 손에
옮을까 싶어 얼른 엄마 발을 잡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엄마 발 모양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엄마 발 모양이 나와는 틀렸던 것이다. 휘어지고
구석구석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잠시였지만 무좀을 걱정했던 내 생각이 부끄러웠다.

"아이고, 시원하네. 날아가겠다."

그러시면서도 못난 발 딸에게 내민 게 미안하신지 시작한 지 채 1분도
안 되어 연신 "그만 됐다. 그만 됐다" 하시며 발을 빼려 하셨다. 각질
제거가 끝나고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
발을 씻겨 드렸다. 더없이 행복해하는 엄마 모습에 나도 신이 났다. 수건을
가져다 발을 닦는데 곳곳에 머리카락이 박혀 있었다.

"엄마! 안 아프드나? 곰이다."

나 역시 미용업에 종사해 그 작은 머리카락 하나가 얼마나 아픈지 아는 터라
구석구석 찾아 한 올 한 올 모두 뽑았다. 이렇게 20년 넘게 살아 오셨구나.
벌써 나이 50을 넘기신 엄마, 둘째딸 늦은 대학공부 뒷바라지에
"아이고 내 팔자야. 어찌 내는 여직 남의 머리나 뜯고 살아야 하나"
푸념하시면서도, "나는 우리 자식 누구라도 공부한다면 내 입던 빤스라도
팔아서 뒷바라지한다, 그러니깐 딴 생각 말고 공부만 전념해라"
당부하시는 우리 엄마….

엄마 앞으로는 발 자주 닦아 드릴게요.

김규리 님 / 경남 진해시 여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