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님께

아스라한 하늘 아래 은행알도 이미 노랗게 물들어 가을은 곱게 채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형수, 그동안도 안녕하셨습니까? 며칠 전 아버님 제삿날 김제에 내려가지
못하고 그나마 회사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간 놓칠세라 허겁지겁 형수에게
전화할 때는 참으로 죄스러웠습니다. 회사 사정으로 아버님 제사일에 못 내려
가겠다고 했을 때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던 형수의 목소리. 괜찮다며, 바빠서
못 오는디 어쩔 수 있느냐며 지금 세상은 바빠야 한다며 어떻게든 몸들이나
건강했음 좋겠다고 하시던, 형수의 늘 그만큼의 이해와 사랑이 묻어났습니다.

저는 전화를 끝내고 그날 오후 내내 멍하니 형수 생각뿐이었습니다. 지금은
한창 가을 추수철이라 눈만 뜨면 들녘에서 밭으로 초침처럼 바쁘게 일하실
형수의 모습이 하루 종일 제 머리에서 출렁이고 있습니다.

형수, 지난번 추석에 내려가 뵈었을 때 이제 형수 얼굴에도 힘든 세월의
부대낌이 주름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 제 마음이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명절을 잘 지내고 다시 돌아올 때는 언제나 그러시듯 형수는 고춧가루며
마늘이며 참기름이랑 형수가 손수 땀방울로 가꾸신 곡식과 음식들을 듬뿍
싸 주시고 고향 언덕배기까지 나오셔서 아슴아슴 멀어져 가는 제 모습을
바라보시던 형수의 모습이 계속 아른거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형수, 늘
형수께 좀 더 잘해 드려야지 잘해 드려야지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저의
형편만을 늘 앞세워 집안 대소사를 모두 형수의 짐으로만 남겨 드리는 제
자신이 너무나 밉습니다.

이제 형수가 계시는 고향에 함박눈이라도 펑펑 내릴 즈음이면 형수가 전에 잘
만들어 주셨던 새알심 넣은 팥죽이랑 달짝지근한 호박 시루떡이랑 무척 그리워
고향에 한번 가고 싶습니다.

- 막내시동생 올림


강순영 님 / 경기 용인시 기흥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