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화가 밀레

북 프랑스의 가난한 마을인 그루지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밀레. 밀레는
아버지의 땅을 물려받아 농사를 짓고 살면서 틈틈이 시간이 나면 그림을 그렸다.

해 저물 무렵이면 밀레는 어김없이 바람 부는 언덕으로 올라가 하얀 도화지를 펼치고
붓을 들었다. 어느새 세상은 붉게 물들고 언덕 밑으로 드넓게 펼쳐진 농토에는
벼 짚단을 한 구루마 짊어진 소와 그 소를 모는 농부의 여유로운 모습이
보이는가 하면, 머리에 수건을 두른 호미질하는 아낙네들이 있었고, 저 멀리서는
바가지를 들고 떨어진 이삭을 줍는 할머니와 철부지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밀레는
매우 가난했지만 전원에 펼쳐진 농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이
가장 큰 삶의 행복으로 여기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밀레가 화가로 유명해지지 않았을 적의 일이다. 밀레의 가족은
땔감을 살 돈이 없어 작품을 꺼내어 장작으로 대신 사용할 정도로
무척 가난했었는데, 한 친구가 돈이 많은 부자를 데리고 밀레의 집으로 왔다.
그 부자는 밀레의 그림을 보고 감탄했지만, 농부를 주제로 한 그림을
마땅해하지는 않았다.

"농부의 삶을 그리는 것은 부자들에 대한 반감의 표시라 좋아하는 사람이 없을 거네.
만일 자네가 아름다운 여인의 나체를 그린다면 그린 모든 그림을 내가 사겠네. 어떤가?"
부자는 매우 유혹스러운 제안을 했지만 밀레는 아무 망설임 없이 말했다.

"예술에는 미움이나 원망을 담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예술은 오직 사랑하는
마음에서만 우러나옵니다. 제가 전원의 그림을 고집하는 이유는 오직 그들을
통해서만이 진실을 볼 수 있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