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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선물 내가 엄마 선물이잖아 조회수: 7609


내가 엄마 선물이잖아

대학 3학년 어느 봄, 아르바이트하던 레스토랑의 지배인을 알게 되었고,
삼 년여를 사귄 뒤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그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겠다며 부모님 가슴에 못을 박는
생애 첫 편지를 남기고는 결국 그와 결혼을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이루어낸 결혼인데, 우리의 생활은 순탄치가 않았습니다.
시댁식구들과 불화가 잦아지더니 그것은 곧 남편과의 싸움으로까지 번졌고,
세상을 그만 끝내고 싶은 마음에 결국 수면제 수십 알을 삼켜 버렸습니다.
하지만 질긴 것이 목숨이었고, 얼마 뒤 아기를 갖게 되면서 세상을
살아갈 힘을 다시 얻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한 달도 안 돼 남편은
사업을 부도내고 잠적해 버렸고,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빚쟁이들의
독촉과 욕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5개월 여 뒤 시간시간 퉁퉁 불은 젖을
짜내며 일을 하러 다녔습니다. 젖먹이 아이를 떼어 놓고 나온 게 가슴에
멍이 되어 가끔 아이 우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나를 괴롭혔지만, 그래도
그 맑은 영혼은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느덧 내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고,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만큼,
그래서 가끔 가슴이 미어지도록 내 곁에는 변함없는 사랑으로 나를 지켜보아
주시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저조차 잊고 있던 서른세번째 생일 아침, 어머니는
미역국에 갈치를 구워 얹은 어느 진수성찬보다 따뜻한 밥상을 차려 주셨습니다.
이 사랑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까요? 엄마 생일 선물을 물으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엄마, 내가 엄마 선물이잖아.
나는 엄마 거니까, 내가 엄마 선물이지."

그렇습니다. 내 살아온 시간들이 어둠뿐이었고 지금도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지만, 언제나 내 생에 밝은 빛이 되어 주시는 부모님과, 이 못난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줄 아는 아들이 있어 전 행복합니다.

김숙희 님 / again0701@hanmail.net

관련글 : 없음 글쓴시간 : 2002/12/17 23:27 from 211.108.14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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