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주는 장학금


결혼하고 얼마 뒤 남편을 따라 낯설기만 한 남편의 고향으로 내려와
살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없어 많이 외로웠는데, 몇 년 전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 행사에 참석했다 만난 한 친구는 지금껏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갑내기로, 직장생활을
해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다 그녀의 언니가 암으로 투병생활하고
있는 걸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날마다 전화로 언니의 안부를 물으며
우린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언니는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오늘 오랜만에 그녀를 찾아갔다. 언젠가 기말시험(한국방송통신대학교)을
치른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던 터였다. 서른아홉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라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기말시험준비중에
친정엄마가 중풍으로 입원하시는 바람에 시험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그때 그녀가 시험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몇 번을 당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치른 기말시험 점수는 별로 신통치 않았고, 2학기
등록금으로 내려 했던 아르바이트비를 친정엄마 병원비에 보탤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난 아무 내색 없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친구가
작은 봉투를 건넸다. 그녀는 입학할 때부터 대학생 친구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지금껏 고민하다, 다음 학기 등록금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에게 작지만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 될 것 같아 이제야
선물한다며 방긋이 웃었다. 받을 수 없다는 제 말에 그녀는 오래 전
언니가 투병할 때 친언니처럼 걱정해 준 것처럼 자기도 친자매처럼
장학금을 주고 싶다며 꼭 받아 달라 했다.

친구가 주는 장학금!

깊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친구가 제 마음을 읽었던 것이다. 그녀도
그리 넉넉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순간 내 눈에서는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직장생활하며 열심히 사는 친구의 삶과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내 삶은
서로에게 귀한 거울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친구로 인해
지금 이곳은 내 고향이 되어가고 있다. 미옥아, 고마워!

오숙현 님 / 충남 당진군 진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