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형과 동생

김영실 님

입학식이 지나고 사흘째, 1학년 복도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형이 동생
교실에 와서 무엇인가를 이르고 나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동생은 복도까지 나와 손을 흔듭니다.
"얼른 자리에 가 앉아. 선생님 오신 단 말이야."

그리고는 형도 손짓을 하며 4학년 교실 쪽으로 바삐 걸어갔습니다.
빙그레 웃음이 나왔습니다. 더 없이 마음 포근한 광경이었습니다.
그 아이를 얼른 따라가 "동생이니?" 하고 물었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말을 건넨 건 나도 아마 아이 된 마음이었을 겁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와 낯설어하는 동생을 교실에 두고 온게 못내
놓이지 않은 그 마음까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처음으로 고학년들의 특별활동이 있는 날이었는데,
그날 4학년 교실 앞에서 또 그 형제를 보았습니다. 동생은복도 밖에
내놓은 긴 나무 의자에 앉아 발장난을 하고 있었는데,
왠지 심통이 난 듯 보였습니다.

"너네 교실에 가 있어." "싫어."
"형 오늘 6교시까지란 말이야." "우리 교실에
선생님이랑 형들이랑 많이 있어."
"그럼, 집에 가." "싫어. 여기서 형 기다릴 거야."

결국 수업 시작종이 울려 형은 특별활동이 있는 교실로 가야 했습니다.
나는 혼자 추운 복도에 남아 있는 그 아이가 안쓰러워
"선생님 교실로 갈래?" 하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인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집엔 아무도 안 계시니?" 하고 물으니 말없이 고개만 끄덕입니다.
'아, 너도 열쇠 아이였구나. 내 아이들처럼….'

고집을 꺽지 않는 아이를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다 돌아보니 그 녀석은
내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특별활동이 끝날 때까지
형의 마음은 얼마나 불안했을까요? 그 두 형제의 애틋한 우애가 왠지
모를 아픔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