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야지요

난 예전엔 누구말이든 쉽게 믿는 편이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해 가면서
난 점점 의심 먼 저 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세상에 많이 속은
탓이라고 변명을 하며 난 이제 누구든 잘 믿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며칠 전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어느 차가 잠시 서 있는
내차에 바짝 다가오더니 급기야는 왼쪽 부분을 긁어 놓는 것이 아닌가.
난 급히 창을 내리고 그 차를 보았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손짓을
해보이며 한 귀퉁이에 차를 세웠다. 내가 그 차 뒤에 차를
세운 뒤 내리자 아저씨는 내 차의 긁힌 부분을 손으로 만져 보시고는
자신이 카센타를 하니까 차를 가져오면 고쳐주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차 번호판을 보니 다른 지역 차였다. 혹 아저씨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의아해하며 묻자 그 지역에서 고치려고 가져오는
차라며 카센타는 여기에 있다고 면허증을 보여 주셨다. 난 2년 반 동안
운전해 오면서 처음 겪는 사고인데다 사고를 내놓고 오히려 큰소리 치는
사람들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터라 꼼꼼히 주민등록증을 살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와 차 번호, 그리고 그 아저씨의 가게 전화번호를
적어 두었다. 그리고는 아저씨는 다급한 일이 있는 듯 다음에 가게로
오라는 말만 남기고 급히 가셨다.

이틀 뒤 전화를 하니 아주 친절하게 찾아 오는 방법도 자세히 가르쳐 주셨다.
아저씨는 아주 밝은 표정으로 맞아 주시며 그날은 따로 급한 일이
있었던 데다 운전 20년 만에 처음 접촉사고를 낸지라 돌아와 걱정이
많이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는 긁힌 부분 말고
도 차 이곳저곳을 꼼꼼히 손봐 주셨다.

며칠 동안 난
'가르쳐 준 전화번호가 가짜는 아닐까, 전화해서 다른 말을 하면 어떡하나'
하며 별의별 생각을 다 했는데…. 말씀은 못 드렸지만 아저씨께
참 죄송했다. 그리고 난 아직은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믿음있는 세상 멋진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