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랑

저는 며칠 전 아이를 낳았습니다. 친정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오빠가
한 명 있긴 하지만 지금은 이혼한 상태라 제 몸조리까지 신경 써 줄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기 전부터 산후조리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지요. 남편은 제 걱정을 알았는지 함께 산후조리원을
찾아보았고, 곧 출산일에 맞추어 예약도 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예정일보다 무려 한 달이나 앞서 나오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예약해 둔 산후조리원에서는 더 이상 산모를 받을 수 없다고 해
서둘러 다른 곳을 알아 보아야 했습니다. 그때 시어머니께서 산후조리를
맡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안절부절
못하던 터라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평소에도 어머님과는 그리 다정히
지내던 사이가 아니라서 조금 염려도 되었습니다.

아기는 미숙아여서 태어나 1주일 정도를 인큐베이터 안에서 생활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병원에 있는 아이 챙기러 다니느라 청소며 빨래 설거지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신 어머님은 당신께서는
아기 낳고도 금방 일했는데 청소와 빨래도 제대로 못하냐며 꾸중하셨습니다.
제가 잘못했다는 건 알았지만, 첫아이에 몸을 푼 지 얼마 안 된
저로서는 사실 그 모든 일이 버거웠습니다. 그날 전 눈이 퉁퉁 부어
오르도록 울고 말았지요.

남편이 일을 마치고 들어오더니 왜 울었냐고 물었습니다.
제 잘못을 알기에 “아니야…” 하고 말을 얼버무리고 말았지요. 하지만
대충 상황을 짐작했는지 남편은 다음날 아침 산후조리원에 가자며
짐을 싸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만 믿고 왔는데 잘 챙겨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하지만 전 따라 나서지 않았습니다.
살림하는 제 손끝이 더 야물기를 바라는 어머님 마음도 남편이 저를
사랑하는 마음도 알았으니 조금의 힘듦은 참을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남편은 직접 시장을 보고 미역국 끓인다고 미역에 옥돔에 반찬을
사 와서는 뒤에 적힌 조리 방법을 보며 그대로 만들어 줍니다.
저는 물에 손도 못 담그게 하면서요.
“정훈이 아빠, 정말 고맙고 사랑해요. 내 맘 알죠? 우리 정훈이
정말로 잘 키울게요. 그리고 당신을 낳고 길러주신 어머님께도 잘할게요”

양복심 님 / 제주 북제주군 구좌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