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e-메일

“빈데떡 붙여서 냉동실 넣어 놓을 테니 한번 다녀가.”
올해로 오십하고도 칠 세가 되시는 우리 엄마의, 정말 빈대떡 진한
기름 냄새가 묻어 나오는 사랑 담긴 e-메일의 한 구절이다. ‘빈데떡’이
아니라 ‘빈대떡’이라고 그렇게 알려 드렸건만 우리 엄만 요지부동이다.

사실 빈데떡을 출발로 엄마에게서 오는 e-메일 안에는
틀린 글자가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조작이 간단한 계산기도 복잡해
못 쓰겠다며 암산으로 모든 산수를 해결하시던 우리 엄마가 컴퓨터 앞에
앉아 외국에 있는 딸에게 e-메일을 쓰게 되실 줄이야. 그건 바로 엄마가
너무도 좋아하시는 고스톱 덕택이다.

인터넷 고스톱을 시작으로 컴퓨터에 입문하시어 이제는 메일은 물론
인터넷 웹서핑을 넘나드신다. 나아가 요즘은 한 분 두 분씩 친구들을
인터넷 고스톱으로 불러 모으고 계신다. 하루에 한 통씩 꼬박꼬박
보내오는 엄마 얘기는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는 빈데떡을 시작으로
주로 먹는 얘기,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고스톱을 잘 치는지 충전한
점수가 바닥이 났다는 하소연, 더불어 인터넷 바둑을 두시는 아빠 때문에
서로 컴퓨터 쟁탈전을 해야 한다는 투정 아닌 투정이 대부분이시다.
그 와중에 늘 메일 마지막에 양념처럼 끼워 넣으시는 말씀은
‘네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이시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언제나 내 곁에는 부모님이 계셨다. 내가 그 분들의
사랑과 도움을 필요로 했을 때, 그 분들의 그늘 아래서 쉬고 싶을 때,
그 분들은 내가 채 손을 내밀기도 전에 내 곁에서
나의 지붕과 나무가 되어 주셨다. 아마도 이제부터는 내가 두 분께 돌려
드려야 할 때이다. 하지만 여전히 못나기만 한 딸에게
“사랑해. 우리 딸 파이팅!”이라고 적어 보내시는 사랑스런 엄마에게
마음이 먹먹해져 오늘은 적당한 답장이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