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일인듯 싶다
초가을이라 저녁이면 찬기운이 조금씩 들때였다
연탄을 피울때라 집집마다 겨울 준비를 위해 연탄을 들였다
우리집도 어김없이 500장을 준비했다
예전에는 연탄이 요긴했던것 같다
비오는 날이나 눈내리는 날이면 마당이나 길거리에 연탄으로 메우곤 했다
밭에는 거름으로... 다쓴것으로 재활용 하는 셈이다
어느 초가을에 일어난 일을 떠올릴때면 웃음이 저절로 난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거의 매일을 술과 벗을 했다
그날도 주체못할정도로 마시고 남편은 침대에 벌렁 쓰러졌다
남편의 술주정을 보아하니 아가씨들이 있는 룸에서 마신모양이다
어쨌든 남편의 속옷만을 남기고 힘들게 옷을 벗기고는 설탕물을 마시게했다
근데 한참 꿀꺽들이키던 남편왈
"당신누구야, 나집에 가야되는데 왜 잡아두는거야"
"여기가 집이에요 얼른 주무세요"
"나를 병신으로 아는거야, 집에 가야된다니까"
진심인지 쇼인지 속수무책인 난 장단을 맞추었다
어쨌거나 재워야 편할것같아서 " 사장니~~~~~~~ 임, 왜그러세요
사모님이 그렇게 보고싶으세요 잠시 쉬다 가세요~~~~잉"
"뭐야 안돼 나집에 가야돼 예쁜마누라 한테 가야돼"
술기운에 한 말이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근데 그기분도 잠시...
남편이 속옥차림으로 "나쁜년" 하면서 창문너머로 튄것이다 당황스러워
얼른 밖에 나가 골목을 이리저리 찾아봤지만 보이질 않았다
난처했다 속옷차림이었기 때문이다
큰애를 깨워 다시 찾아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한참을 헤메다 포기하고 혹시나 들어 왔을까 싶어 방문을 열어 보았지만
인기척이 없엇다
돌아다닌 탓에 땀에 흥건히 젖어 샤워를 하려고 수도가에 갔다
근데 막 수돗물을 틀려고 하는데 수돗가옆 연탄창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한편으론 무섭기도 하였지만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동네에 크고 작은 개들이 돌아다니던 터라 개라고 생각하고 손전등으로
비춰보았다 그런데 이럴수가..........
만취한 남편이 숯검둥이된것도 모르고 쌔근쌔근? 자고 있었던 것이다
손바닥이 얼얼할정도로 등을 두드려봐도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다 하는수없이
부엌쪽으로 끌고 갔다 어찌나 무겁던지..
옛날 부엌이라 방으로 가려면 한발정도 올라서야 했다
도저히 올리수는 없어 부엌에 그냥자게 두었다
얼마나 밉던지 이불을 덮어주지 않았다
아침이 될무렵 추웠는지 부시시 일어났다
어떻게 된거냐고 묻는 남편은 오히려 화을 내었다
남편알기를 뭣같이 안다나
어느정도 술이깬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한바탕 크게 웃으면서 아무일
아닌것처럼 넘길려고 했다
날마다 술마시는것도 징그러운데 술주정까지 하니 살수없다고 바가지를 긁어댔다
하지만 여전히 그이후로도 마냥 마셔대기 일쑤다
이젠 포기한상태다
아무리 사업상 마시는 것이라지만 가정은 뒤로 한채 무심한 남편이 너무나
야속하다 그런 어려움속에 든든한 아들이 내마음을 가라앉게 해준다
늘 술에 절여있는 남편을 아이들은 싫어하지만 그래도 한집안의 가장이라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힘든부분이 있어 술을 마시게되는 거라고
애들에게는 누누히 타일른다
그렇게 얘기해야만 하는 난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