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몽당연필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벌써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그 친구의 생일 선물은 잊히지 않는다.
마냥 철없이 뛰어 놀기만 했던 그 시절, 나는 생일파티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일 며칠 전부터 한참을 졸라 드디어
생일파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께 허락을 받고
친한 친구들을 초대했다. 들뜬 마음에 하루하루 날짜를 세어 갔고
마침내 생일파티가 있던 날, 혹시나 집을 못 찾을 친구들을 위해
일찌감치 문 밖으로 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한 친구가 보였다. 키가 작고 주근깨가 있는 귀여운 친구였다.
반갑게 다가가 얼른 방에 들어가자고 손을 끌었다.
그러자 친구는 수줍게 웃으며
“이거 먼저 받을래? 친구들 오기 전에 줄게” 하며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조금 쓴 지우개와 새 것은 아니지만 깨끗이
다듬고 깎은 연필 몇 자루 그리고 몽당연필에 볼펜 껍데기를
끼운 것이었다. 포장도 되어 있지 않았고, 카드도 없었다.
하지만 난 금방 그것이 생일선물인 걸 알 수 있었다.

지금 어느새 난 대학생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도 가끔 그때 그 생일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그 친구의 선물 때문이리라.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그 친구에게 있어서는 가장 좋은 것이었던
지우개와 연필….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친구의 마음 때문이리라.
그날 다른 아이들이 내게 내민 화려하게 포장된 값비싼 선물을 보며
고개 숙인 채 얼굴 붉히던 친구의 얼굴이 생각난다. 어디에 있을까?
문득문득 그 친구가 참으로 그립다.

김상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