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중학생

우리 삼남매의 잘못에 화가 난 어머니는 “가슴이 시원해지면 들어올게”
라는 말만 바람처럼 남기고 집을 나가셨다. 그리고 저녁 6시쯤
어머니는 이모와 같이 돌아오셨다. 그날 저녁 어머니는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이셨다.
“자, 봐라. 엄마 학교 다닐끼다”
어머니가 꺼내 놓으신 것은 중학교 입학 등록증이었다.
“인제 공부좀 할란다. 나도 내 인생을 멋있게 살아 봐야지”
어머니 말씀에 잠시 다들 놀란 표정이었으나 곧 가족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아버지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후원할 것을 약속하셨다. 하지만 난 몸이 약한 어머니가
1시간 20분이나 되는 통학거리를 어떻게 견뎌내실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건 기우였다. 어머니는 지금껏 조금도 힘든 내색 없이 열심히
학교에 다니신다. 처음에는 내가
“엄마, 숙제 했어? 가방 챙겨야지. 준비물은 뭐야?” 하며
챙기곤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어머니가 학교 갔다 오면 가방에서
책을 꺼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예습 복습을 하신다.
“엄마, 대학교도 나와서 나랑 동업하자. 엄마는 학원장하고
나는 원감하구, 오빠 다니는 병원과 결연도 맺고…. 와 좋다. 엄마는 어때?”

항상 우리 가족을 위해 당신의 것을 아낌없이 주고 또 묵묵히
살아오신 당신의 삶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 연세에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참 힘들었을 텐데 어머니는 용기 있게 삶을 개척하셨다.
요즘은 어머니의 그런 당찬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박정화 님 /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