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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작은감사 작은 감사 조회수: 7503


작은 감사

지난 초여름, 납품 마감으로 바쁜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일이 너무 하기
싫고 그저 쉬고만 싶었는데, 당장 거래처에 납품해야 할 물품이 밀려
숨 한번 돌릴 여유조차 없이 바빴다. 우리 회사는 수건 공장으로 생산된
수건을 비닐로 포장하는 일은 손으로 직접해야 하는데, 그 일은 몇 분의
아주머니가 맡아 하셨다.

나는 업무 중간중간 현장에 내려가 완성품현황을 체크하고, 포장이 불량이면
내가 직접 방법을 가르쳤다. 그러다 바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주머니들이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며 쉬엄쉬엄 일하는 걸 보았다. 불쑥
짜증이 싫은 말을 확 내뱉으려는데, 그때 한켠에서 묵묵히 일하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그분은 귀가 들리지 않는 분이셨다. 손놀림은 빠른데
불량포장이 많았다. 하지만 그분의 손놀림 하나하나에서는 정성이 느껴졌다.

나는 그분 옆에 가서 다시 방법을 가르쳐 드렸다. 그러자 그분은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당신 귀를 가리키며
‘내 귀가 들리지 않으니 크게 말해 달라’ 하셨다. 하지만 아무리
크게 해도 기계소리 때문에 잘 알아듣지 못하셨고, 결국 글을 써 가며
목이 아파라 큰소리로 설명해야 했다. 그제야 방법을 알았다는 듯
아주머니는 방긋 웃어 보이셨다.

옆에서 잠깐 같이 일하며
“회사까지 출근하려면 너무 멀고, 일도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아주머니는
“하나도 안 힘들어예.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데예”
하며 명랑하게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이보다 더 힘든 일도 수없이 많이 했고,
세상에는 나보다 더 아픈 사람도 많다며 일을 할 수 있는 당신의 몸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덧붙이셨다.

그 말씀에 모두들 납기에 종종걸음치며 열심히 일하는데, 난 하루 종일 일하기
싫어 짜증만 부렸던 게 생각나 어찌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아주머니 손바닥에 ‘쉬엄쉬엄 천천히 하세요!’라고 적었다.
아주머니는 내게 환한 웃음을 또 한번 주셨다.

임은주 님 / 부산 사상구 모라2동


관련글 : 없음 글쓴시간 : 2002/10/16 11:51 from 218.232.117.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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